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시애틀(Seattle)로 해외연수를 다녀왔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애틀은 에메랄드 시티, 제트 시티, 비의 도시, 알래스카의 관문이라는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이며,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활기찬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Sleepless in Seattel>으로 유명하기도 하죠. 지금의 MZ세대는 이 영화나 맥 라이언이라는 배우도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시애틀이기는 한데 영화 내내 비가 그렇게도 많이 내려서 시애틀에는 1년 365일 비가 많이 내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막상 시애틀에 가보니 비는커녕 햇빛만 쨍~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예전에 독일로 출장을 갈때도 10시간이 넘었지만 시애틀도 비행시간만 거의 11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구간으로 기내식을 주면 먹고, 배부르면 자고, 심심하면 영화를 내리 몇 편을 봐도 하늘에 떠 있는 상황이라 이코노미석에서는 허리도 뻣뻣해지고 다리는 퉁퉁부어서 비행 내내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서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 도착했을때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이 <스페이스 니들 공원>입니다. 시애틀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이 건축물은 1962년 월드 페어(세계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탑 형태의 전망탑입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는 전망대에서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나 올라가지는 않고 Ride the Duck이라는 수륙양용 버스를 타고 시애틀 시내와 강을 돌아보는 체험을 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가 끊임없이 수다를 떨면서 농담을 해 주느라 조금 시끄럽기는 했지만 강 위를 달리는 버스에서 보는 경관은 여행 첫날이기는 해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준 것 같습니다.
첫날은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둘째날부터는 강행군의 연속이었습니다. 오전, 오후로 나눠서 4개의 기관들을 방문하고 일정을 마치면 저녁식사를 겸한 잠깐의 자유시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4일 연속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곳을 고른다면 <Bullitt Foundation>, <The Seattle Public Library>,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입니다.
Bullitt Foundation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자연환경 보호를 주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Denis Hayes라는 분이 재단 회장을 맡고 있는데 '지구의 날'을 최초로 주최한 분이라고 합니다. 재단이 소재한 건물은 Bullitt Center이라고 하는데 친환경적인 건물로 설계를 해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자체 시스템으로 건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물 옥상에 태양 전지판 575개를 설치해서 건물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빗물을 받아 건물 내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퇴비 화장실 시스템으로 물 없는 화장실 변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건축할 때 PVC, 납, 수은 및 카드뮴 등의 위험 독성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향후 250년의 건물 수명을 예상하고 있기도 한답니다.
국내에서는 아파트를 지으면서 골조를 빼먹거나 자제를 부족하게 넣어서 붕괴되는 등의 사건사고가 끊이지를 않는데 수명을 250년이나 생각하고 건물을 지을 생각을 한다는게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합니다.
The Seattle Public Library는 세계적인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구성된 시애틀 중앙도서관과 더불어 27개의 지점에서 약 800명의 도서관 직원과 함께 약 800명의 자원봉사자로 운영이 되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공공도서관입니다. 이민자 등 미국사회 적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러 나라의 언어로 된 안내지를 비치하거나 주택이나 직업을 구하려는 사람들, 미국시민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무료강의와 기타 자료를 제공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연결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이 우리나라의 중앙박물관보다 더 거대한 규모에 놀랍기도 하지만 도서관을 통해 자원봉사자가 평생교육과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이것이 모두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전 세계적인 건강증진과 극심한 빈곤의 퇴치, 미국 내 교육기회 확대 및 정보기술에 대한 접근성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트와 그의 부인의 이름으로 설립된 재단입니다. 파트너들과 협업하여 효과적인 백신, 의약품 및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 최 극빈층의 기본 보건, 백신, 의약품의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빌 게이츠가 부인과 이혼을 했으나 재단명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빌&멜린다 재단은 별도의 전시장을 운영하면서 재단이 어떤 문제를 다루며 어디에서. 어떻게, 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ShelterBox> 라는 국제재난구호단체가 구호품을 전시하고 있어서 체험해 보기도 했는데, 지진, 열대성 사이클론, 쓰나미, 홍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를 비롯해 전쟁이나 분쟁지역을 대상으로도 임시 대피소로 사용할 수 있는 텐트나 쉘터킷을 제공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인상이 깊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불,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빈번해 지면서 공동대피소가 운영될 경우 사생활이나 인권보호를 위한 대안들이 마련되고 있으나 쉘터박스라는 단체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은 이미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개인과 가족에 초점을 맞춘 구호품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연수일정 중 그 유명한 스타*스 1호점을 방문했을때는 요즘의 스타*스 매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초라함에 실망을 살짝 했으나 방문객들이 어마어마하다는 점, 워싱턴 대학교의 중세유럽을 옮긴 듯 한 도서관과 한 층에는 윈도우 컴퓨터가 몇 백대는 설치되어 있고 다른 편에는 아*맥이 몇 백대는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 되기는 했으나 다시 대학에 다니고 싶어 졌다는 점, 반려견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출퇴근할 수 있는 아마존 본사(나도 다니고 싶다), 더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이상하게 관광객이 꼭 가본다는 껌 벽, 그 당시 한국에도 처음 생겼을 때 줄 서서 먹는다는 쉑쉑버거는 어느샌가 시애틀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 호수인근에 근사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은 레스토랑에서 딱 한잔씩만 맛본 와인의 향기가 생생하다는 점, 똑같은 숙소는 탈피하자는 생각에 에어**비로 잡은 미국의 전형적인 가정집에서 아침마다 챙겨 먹은 햇*과 된장찌개는 연수라고는 해도 나에게는 여행이었던 기억으로 남아 4년이나 지난 지금도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나라로 남았습니다.
복작복작한 대한민국의 땅 덩어리보다 넓어서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맑은 공기, 깨끗한 강, 살면서 여유를 가지는 라이프스타일과 시애틀은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 였습니다.